[Update] 마법사 프라바토-프란츠 바르돈(1장-5장) | 프란츠 바르돈 – Pickpeup

프란츠 바르돈: นี่คือโพสต์ที่เกี่ยวข้องกับหัวข้อนี้



마법사 프라바토

 

프란츠 바르돈 / 조하선 역

 

역자 서문

제1장 대마법사의 출현

제2장 흑마술 집회

제3장 흑마술 공격

제4장 흑마술사의 분노

제5장 덫을 피해

제6장 흑마술사의 최후

제7장 탈출

제8장 새로운 출발

제9장 자연 마법

제10장 빛의 형제단

제11장 사명

후기

프란츠 바르돈을 기리며

프란츠 바르돈에 대하여

원서 부록: 바르돈의 마법 시리즈 목차

 · 헤르메스학 입문Initiation into Hermetics

 · 소환 마법의 실천 The Practice of Magical Evocation

 · 진정한 카발라의 열쇠The Keyto the True Kabbalah

 · 황금 지혜의 서 Golden Book of Wisdom



역자 서문

‘마법’은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이다. 인류의 모든 꿈과 소망이 ‘마법’이라 불리는 특별한 세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최소한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때문에 마법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대변하는 용어로 곧잘 사용되곤 한다. 그렇다면 마법은 과연 동화나 영화 속에나 있는 것인가? 마법사는 고대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일 뿐인가?

 

사실 우리는 마법을 그저 하나의 상징적인 단어로밖에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기 마법의 지팡이로 우리의 고정 관념을 벼락처럼 부수는 20세기의 한 위대한 마법사가 있다. 마법명 ‘프라바토’로도 불리는 프란츠 바르돈이 바로 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법은 진정으로 신성한 과학이다. 마법은 모든 지식 중의 지식이다. 왜냐하면 마법은 우리에게 우주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마법은 인류를 신성과의 합일로 이끄는 영적인 과학이다.

 

20세기 최고의 마법사 프란츠 바르돈은 신성 마법을 현대에 전한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다. 그의 탄생에는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신비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는 마법의 땅, 서양 마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고대 전승에 의하면 그곳 대피라미드의 지하 깊숙이 아멘티의 홀에서 마법의 신 토트(헤르메스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누워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의 육체가 불사의 상태로 오랜 휴식에 들어 있는 동안 그의 영혼은 지상에 영적인 스승으로 화신을 거듭하며 인류의 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위대한 마법사 토트가 20세기에 다시 인류 속에 화신하였다. 그가 바로 프란츠 바르돈이다. 그는 프란츠 바르돈이라는 10대 소년의 몸 속에 영혼 교대의 방식으로 들어와 1950년대 후반까지 활동하다가 육신을 버리고 떠나게 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의 진실성은 독자들의 판단의 몫일 뿐, 믿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의 마법력과 마법 체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모던(modern) 마법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황금새벽회이다. 그러나 매터즈, 다이온 포춘, 크로울리 등, 황금새벽회 출신의 마법사들도 바르돈과 비교하면 그 영격(靈格)이나 파워, 사상 체계에 있어 매우 왜소하게 느껴진다.

 

오늘날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마법체계들은 능력을 얻기 위한 테크닉을 가르칠 뿐 ‘신성과의 합일’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가장 아래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자신을 준비시켜 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빈약한 상황에서 프란츠 바르돈은 우리에게 단계적으로 인간을 신적인 완전의 길로 인도하는 신성 마법의 장을 열어 보여 준다.

 

그의 가르침은 지극히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실천적이다. 마법을 공부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체계는 가장 안전하고 완전한 체계로 추천할 수 있다.

 

프란츠 바르돈은 현대 마법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체코 태생으로 독일어권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황금새벽회 계열의 마법사들보다는 세인들에게 덜 알려지긴 했지만 마법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영원한 스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바르돈의 가르침은 마법 매니아뿐만 아니라 서양의 일반 구도자들 사이에서조차 폭넓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바르돈의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지기는 본서를 통해서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마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이들에게도 새로운 영적인 스승에 대한 반갑고 귀중한 자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들이 전혀 알 수 없었던 흑마술사들의 세계에 대한 놀라운 진상이다. 아마 흑마술에 대해 이렇게 사실적으로 언급된 자료는 흔치 않을 것이다. 바르돈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흑마술사들과의 마법 전쟁에 할애함으로써 그들의 존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본서를 통해 우리는 어둠의 세력과 빛의 세력이 어떻게 세계의 배후에서 활동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르돈의 마법 시리즈 중에서 제일 늦게 나온 책이지만 오히려 바르돈 마법체계의 이해를 위한 입문서로 이용되기에 적합하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마법 체계의 주요한 개념들이 많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는 본서에 나와 있는 마법이나 에소테릭 용어 또는 개념들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음을 감안하여 부록의 형태로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본서의 이해를 돕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마법 분야에 대한 소개가 매우 미진하다. 최근 판타지 장르의 붐으로 세인들의 마법에 대한 관심은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게 충분한 정보의 공급은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역자로서, 본서가 정통 마법에 대한 세인들의 탐구를 자극하고,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3년 1월

조하선

제 1 장

 대마법사의 출현

 

사람들이 꽉 들어찬 클럽 회관의 강연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1부를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서로 수군거렸다.

 

“이 프라바토, 대체 어떤 사람이야?”

“정말로 엄청난 사실이군!”

“다 트릭이고 환영이야!”

 

아무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거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기쁨과 흥분이 교차했다. 휴식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렸다. 자리는 다시 속속 채워졌고 술렁이던 말소리도 가라앉았다. 이윽고 강연장의 조명이 켜지며 커튼이 천천히 올라갔다.

 

무대 세트는 지극히 평범했다. 한 마법사가 시연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마술쇼의 장비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무대를 밝히고 있었다. 강연장 한 가운데에는 남색 비단 천으로 덮인 둥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테이블 뒤로는 10개의 의자들이 반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고, 테이블 우측에는 팔걸이 의자가 하나 있었다.

 

프라바토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청중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정장 차림이 진지한 분위기를 더욱 돋구고 있었지만, 그의 따뜻한 미소는 마법 시연을 보고 경악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다. 박수 소리가 가라앉자 프라바토가 다시 강연을 시작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1부에서는 암시와 자기암시에 대해 설명 드렸고 그 원리를 증명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생체 자기(磁氣)는 인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 힘을 여러분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만물은 전기와 자기의 힘에 의해 지배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전자기력을 축적하고 인도하는 특정한 물질들의 능력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 지식은 아뮬레트1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상세히 들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나는 지금 생체 자기의 핵심을 설명할 것이고, 그 존재를 입증해 보일 것입니다.

 

“생체 자기는 가장 완벽한 생명 원소입니다. 그것은 지상 모든 생물의 기초를 이루는 생명 에너지이자 생명 질료입니다. 이 생체 자기를 통해 지구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특정 영역이 연결됩니다. 그 특정 영역은 종종 아스트랄계2 또는 단순히 ‘저 세상’으로 불립니다. 생체 자기는 또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인간은 순수한 생체 에너지를 방사합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힘과 순도는 각 사람의 의지, 개성, 정신적 성숙도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 또한 이 세 가지 특성들에 달려 있습니다.

 

“이 자기는 특히 의식적으로 자신의 영(Spirit)과 혼(Soul)을 훈련시키고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소유하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는 방법을 이해한 사람들에게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 생명 에너지를 통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의지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 기적적인 일들을 행할 수 있습니다.

“생체 자기는 객관적인 힘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목적으로도 부정적인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금언은 카르마 법칙, 정의의 법칙의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마법사는 오로지 긍정적인 목적만을 추구합니다. 숙련된 마법사는 생체 자기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항상 이 현상에 깊은 흥미를 가져왔습니다.

 

“비록 수많은 증거들이 있지만 나는 여러분에게 생체 자기와 관련된 특별한 숨겨진 성질과 힘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러니 청중 중에서 아무나 세 사람만 이 무대 위에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프라바토가 기다리고 있는 사이, 홀 내부는 술렁거렸다. 그러자 청중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그가 웃으며 말했다.

 

“겁내지 마세요. 다치는 일 없을 테니까요. 강단 위로 올라와 저와 함께 하기만 하면 됩니다.”

 

매력적인 금발의 한 숙녀가 일어서더니 머뭇거리며 강단으로 다가왔다. “자 보십시오.” 프라바토가 농담조로 말했다. “사람들은 항상 말합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 그러나 오늘 이 숙녀 분이, 그 반대임을 장내의 모든 남자들에게 입증해 보이는군요.”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한 청년이 강단 위로 뛰어 올라 갔고 중년의 한 여성이 그 뒤를 따랐다.

 

“여러분,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라바토가 지원자들에게 말했다. “이제 여러분의 개인 소지품들 중에서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놔 주시겠습니까? 제가 실험에 잠시 쓸 수 있도록요.”

금발의 여성이 먼저 은 손목시계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젊은 청년이 그 시계 옆에 지갑을 놓았다. 프라바토가 미소로 재촉하자 중년 여성이 목걸이를 벗어 그 두 물건 옆에 놓았다.

 

“먼저 맛보기입니다.” 프라바토가 청중에게 말했다. “이제 여러분에게 간단한 사이코메트리 실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만진 물건들에 우리 에센스의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증명해 줄 겁니다. 그 물건이 얼마나 오래 됐는가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설사 그 물건이 수 천년 된 것이라도 제 눈에는 거기에 새겨진 모든 것들이 드러납니다. 이 세 물건을 통해 이제 제 말이 진실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프라바토가 테이블로 다가가 은시계를 집어 들고는 깊이 집중한 채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어 서더니 시계를 이마에 대고 몇 초 동안 미동도 없이 정지했다. 그의 눈은 먼 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마침내 꿈에서 깨어난 듯 그가 금발의 숙녀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제 능력을 매우 의심하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다면 분명 당신 빌린 여동생 시계를 차고 무대에 올라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당신은 동생 몰래 이 시계 차기를 즐겨합니다. 동생은 베를린에서 일하기 때문이죠. 이 시계는 이모로부터 받은 선물이군요. 그런데 이모가 사고로 돌아가셨군요. 동생이 이 시계를 차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구요. 하지만 만일 당신이 그 시계를 찬 걸 안다면 분명 싫어할 겁니다.”

 

그녀의 얼굴에 퍼져 가는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의 기색을 통해 프라바토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청년이 테이블에 놓인 자기 지갑을 얼른 집어가려 했다. 그러나 프라바토가 한발 먼저 지갑을 낚아챘다.

“당신은 뭔가 맘에 걸리는 게 있나 보군요. 왜 그런 지 어디 한 번 볼까요?”

지갑을 가지고 바로 앞서의 경우처럼 잠시 깊이 탐색한 뒤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아직 매우 젊습니다. 그러나 두 명의 여자들을 속이고 있군요. 지갑 속 사진의 주인공은 당신이 허황된 환상을 심어준 뒤부터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걸 사실로 믿고 있죠. 게다가 당신은 최근 어떤 일로 만나게 된 또 다른 여자한테 연애 편지를 썼군요. 그녀가 유혹하자 거기 넘어갔군요. 나는 당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당신은 어느 여자와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젊은 남자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가 말했다. “전 당신 근처에서 살고 싶지 않군요. 내 은밀한 상념들이 다 들통날 것 같아서요.”

 

지갑을 테이블에 도로 갖다 놓은 프라바토가 이번에는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그는 마치 완상(緩想)을 하듯이, 손가락으로 그것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 보석에 대해서는 한 편의 소설을 써도 되겠군요.” 그가 목걸이 주인인 중년 부인에게 말했다. “영욕의 인상들이 여기 묻어 있습니다. 이 목걸이의 이전 주인들은 부유한 프랑스 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혁명 때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졌군요. 이 목걸이는 매번 그 소유자들을 불행으로 몰고 있군요. 남편이 전쟁에서 전사한 뒤 당신은 적은 연금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살아야만 했습니다. 당신은 이 목걸이를 전당포 집에 두 번 맡겼었고 그 때마다 가까스로 다시 찾아오곤 했군요.”

 

프라바토가 말을 멈추고 조용히 있었다. 여인이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지원자들의 운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프라바토가 목걸이를 테이블 위에 도로 갖다 놓고는 다시 청중들에게 말을 했다.

 

“여러분, 제가 방금 여러분들에게 증명해 보인 바와 같이 모든 물건들에는 자신의 역사가 묻어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보여준 증명을 통해 여러분들은 투시의 다양한 응용을 확신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긴장되었던 장내 분위기가 청중들의 박수소리로 부드러워졌다. 다시 조용해지자 프라바토가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세 분의 지원자 님들, 잠시 홀을 떠나 주시겠습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 청중 여러분 중에 아무나 두 분만 나오셔서 이분들과 함께 홀을 떠나주십시오.”

프라바토의 말에, 안경 낀 신사와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그들과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홀을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한 뒤 프라바토가 말했다.

“이제부터 자기(磁氣)의 효과가 의지력과 연결돼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자 합니다. 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지원자들이 이곳에 다시 돌아와 만졌을 때 일어날 특정한 반응들을 각 물건에 충전(充塡)하겠습니다. 여러분, 어떤 반응들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홀 한 가운데 있던 한 신사가 제안했다. “은시계를 만진 사람이 크게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라바토가 그것에 동의했다. 두 번째 제안은 지갑을 만진 사람이 울음을 터뜨렸으면 하는 것이었고 그것에 모두 찬성했다. 목걸이에 대한 제안이 아직 남아 있었다. 첫 줄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목걸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초래해 왔습니다. 그러니 목걸이를 만진 사람이 그걸 멀리 던져 버렸으면 합니다.”

길게 이어지는 박수 소리는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함을 말해주었다. 프라바토는 테이블 위의 세 물건들 각각에 충분한 공간이 생기도록 떨어지게 잘 배열했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이 몰입한 상태로 그것들 앞에 섰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그 위에 몇 가지 제스쳐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다시 청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자 이제 다 됐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으면 최면을 건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저는 이제 이 홀을 떠나 구내식당으로 갈 겁니다. 여러분 중에 두 분만 나오셔서 저와 함께 동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확히 10분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프라바토가 두 명의 신사와 함께 홀을 떠났다. 잠시 후 앞서 세 명의 실험 지원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금발의 여성과 젊은 청년, 그리고 중년 여성이 머뭇거리며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왔다. 청중석에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금발의 여성이 빠른 동작으로 자신의 시계를 쥐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곧 전염되어 홀 전체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녀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다른 두 지원자가 머뭇거렸다.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이번엔 젊은 남자가 자기 지갑을 향해 갔다. 그런데 그가 그걸 쥐고 호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그의 뺨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윽고 그는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울고 있던 그는 잠시 후 평정을 되찾았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

 

동료 지원자들이 방금 전에 경험한 이상한 일들 때문에 중년 부인은 그녀의 목걸이 앞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침내 그녀는 용기를 내, 손을 뻗어 목걸이를 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무대 한쪽 귀퉁이에 냅다 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행동에 자기가 놀라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 신사가 목걸이를 주워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험 지원자들이 모두 무대를 떠난 뒤 홀 입구 문이 열리며 프라바토가 다시 나타났다. 청중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껑충 뛰며 무대로 돌아온 프라바토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분위기가 대단하군요! 이제 여러분들 중에서 어떤 병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으면 열 분만 나와주세요.”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무대로 몰려 왔다. 테이블 뒤에 놓인 10개의 의자가 순식간에 꽉 차버렸다. 의자에 앉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아쉽지만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윽고 프라바토가 의자에 앉은 한 사람 한 사람 앞에 몇 초 동안 머물며 정확한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각자의 병명을 말했다. 그들은 그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잠시 뒤 그가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의 표정을 보니 저를 무척 신뢰하고 계시다는 걸 알겠군요. 여러분은 병이 완치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증상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의 의지력을 통해 가능한 여러분 모두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여러분 중 몇 분은 즉시 완치되진 않을 지라도 최소한 증세는 완화되리라는 걸 약속하겠습니다. 부디 고요히 이완한 상태로 편안히 앉아 계십시오.”

 

프라바토는 청중에게도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한 뒤 의자에 앉았다. 모든 사람이 그를 지켜보았다. 그가 눈을 감았다. 몇 초가 지나자 그는 완전히 굳어져 가는 것처럼 보였다. 일분쯤 경과한 뒤 다시 눈을 뜬 그는 의자에서 훌쩍 일어서더니 지원자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아요!” “놀랍군요!” “정말 훨씬 나아졌어요!”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실험 지원자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며 환해졌다. 그들 모두는 무대를 떠나면서 프라바토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것으로 오늘 강연은 끝입니다.” 프라바토가 말했다. “모레 다시 여러분 모두를 다시 뵙게 되길 바랍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그가 대기실로 돌아가는 동안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잠시 뒤 그는 측문을 통해 강당을 떠났고 택시를 잡아 탄 뒤 호텔로 돌아왔다. 룸에 도착하고 나서 그는 음식을 주문한 뒤 문을 닫았다.

 

매일 밤 행하는 명상을 마친 뒤 잠자리에 곧 들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벨 보이였다.

“쉬시는데, 밤늦게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 신사 분이 급히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벨 보이는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프라바토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 그 카드의 중앙에는 큰 원이 있었고 그 안에 작은 원이 들어 있었다. 그 작은 원에는 삼각형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 다시 가로세로 교차 선이 그려져 있었다. 큰 원의 양 측면에는 두 마리의 용이 있었다. 카드의 뒷면에는 단지 ‘헤르메스’라는 이름만 씌어 있었다. 카드는 금으로 인쇄된 것이었다.

잠시 생각한 뒤 프라바토가 벨 보이에게 그 손님을 자기 방으로 안내해 오라고 말했다. 잠시 후 정장차림의 은발 신사가 나타났다.

 

밤늦게 찾아 온 그 방문객이 호텔을 떠난 것은 새벽 무렵이었다. 얼빠진 듯한 그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매우 놀라운 일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 2 장

흑마술 집회

  

비밀 단체, 폭크 롯지(F.O.G.C Lodge)3의 멤버들은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총회를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회의장은 대저택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은 고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큰 숲 뒤에 가려진 사유 공원 한 가운데 숨어 있었다.

 

폭크 롯지의 회장이 99명의 멤버들 중에서 98명에게 참석 통지를 알린 터였다. 회의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멤버들은 두 개의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회장이 비서와 함께 들어서자 홀 안에서 웅성거리던 대화 소리가 뚝 그쳤다. 회장이 홀 입구 맞은편에 놓여 있는 연단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가 벨을 울리자 홀 안은 완전한 정적에 싸였다. 그가 예리하고 강한 목소리로 회원들에게 연설하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제가 소집한 오늘 모임에 전원이 참석해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 롯지의 법칙에 따르면 총회는 오직 이번처럼 매우 특별한 사안에 한해서만 열리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이 자리에는 실레시우스 형제가 없습니다. 불행히도 그가 롯지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가 발견되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의제는 그에 대한 처벌을 논의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의제는 이곳 드레스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마법사 프라바토에 대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여러분도 모두 알다시피 실레시우스 형제는 우리 롯지의 제 25 입문 등급4에 속해 있습니다. 따라서 그도 자신의 잘못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는 엘리멘탈5을 소환하는데 사용하는 의식(儀式)들을 자기 친구에게 누설하였습니다.

 

우리 롯지의 법에 따르면 서약 위반과 비밀 누설의 대가는 죽음입니다. 그러나 최종결정은 오직 참석자 전원의 비밀 투표 후에 내려지게 될 겁니다. 비록 문제 당사자는 제 친구이긴 하지만 그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를 여러분의 심판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극도의 긴장감이 급속히 홀 안을 휩쓸었다. 흥분한 멤버들은 서로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어떤 이들은 분노를 표시했고 어떤 이들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비서가 종이쪽지가 담긴 봉투들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예’ ‘아니오’가 롯지의 한 형제 멤버의 생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었다. ‘예’는 심령 공격에 의한 사형을, ‘아니오’는 자유와 생명을 의미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자신의 판단을 적어나갔지만 어떤 이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몇몇은 손을 덜덜 떨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레시우스를 무척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정심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롯지에 대한 배신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비서가 작은 나무 상자에 투표 용지를 모두 수거한 뒤 찬반에 따라 둘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비서가 매우 조심스럽게 투표 용지를 센 뒤 결과를 살폈다. 그의 장밋빛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회장에게 개표 결과를 보고하였다. 숫자를 보는 그의 얼굴에 충격의 기색이 역력하게 비쳤다. 절친한 친구가 이제 막 사형 언도를 받은 것이다. 그는 매우 당혹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행히도 투표 결과 51 대 47로 실레시우스에게 죽음의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롯지 법규에 따라 이 선고는 한 달 안에 집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실레시우스는 오컬트 기술을 사용하여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어떻게든 죽음을 모면하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선고를 24 시간 안에 집행하게 될 것입니다. 실레시우스로부터 롯지의 비밀을 알게 된 친구 또한 그와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테레파시의 마스터, 21분의 위원님들은 모임이 끝난 뒤 여기 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를 도와 심령 공격에 참여해 주었으면 합니다.”

 

투표 결과에 충격을 받았던 회장은 빨리 평정을 되찾았고, 한결 침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의제에 대한 사안을 마치고 이제부터는 프라바토 건을 다루겠습니다. 그의 강연회에 참석했던 우리 멤버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는 트릭을 쓰지 않고 초능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의 시연은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의 능력은 우리 멤버들보다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우리의 뛰어난 영능력자 헤르메스가 그를 시험하기 위해 찾아갔었습니다. 이제 헤르메스가 자신의 체험담을 말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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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게 생긴 신사 한 사람이 멤버들 사이에서 일어섰다. 어제 밤 프라바토를 방문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저는 점성학적으로 가장 길한 시간을 택해 프라바토를 찾아갔습니다. 첫 대면부터 제압하기 위해 사원소6들의 관계도 고려했죠. 게다가 강연회를 곧 끝낸 뒤라 그가 지쳐 있길 바랬습니다. 그래야 제가 유리하니까요. 뜻밖의 시간에 방문하게 된 것은 여행 일정 때문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제 설명을 듣자 프라바토는 저를 날카롭게 쳐다보고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띠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우리 롯지에 대해 요모조모 설명해 준 뒤 가입해 준다면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프라바토는 저의 제안을 한 마디로 거절해 버린 뒤, 자신의 전국 순회 강연회 성공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흥미진진했던지 제가 방문한 이유도 잊어버릴 정도였죠.

 

“시간이 흘러 제가 그의 말을 끊고 관심을 저의 제안 쪽으로 돌리려고 애썼습니다. 그러자 그가 일어나 침대 밑에서 가방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이제 당신네 롯지에 대해 아카식 레코드(Akasic Record)7를 한 번 볼까요.’

 

“친애하는 멤버 여러분, 아시다시피 저는 오컬트 기술과 행법들에 대해 매우 정통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여 프라바토의 실험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헤르메스 선생, 이 실험은 순전히 제 의지력에 달려 있어요. 당신은 이걸 막거나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어요.’

 

“저는 프라바토가 저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가 준비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먼저 그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는 가방에서 액체가 든 작은 병을 하나 꺼내더니 몇 방울 떨어뜨려 손에 바르더군요. 그건 틀림없이 어떤 식물들의 추출액8이었습니다. 상큼한 향기가 방안에 퍼져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작은 상자에서 램프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곤 또 다른 상자에서 직경 20 센티 가량의 유리 구슬을 꺼내 테이블 위의 받침대에 놓았습니다.

 

이 유리구는 뭐에 쓸 거냐고 묻자 프라바토가 웃으며 말하더군요. ‘당신네 롯지에 오컬트에 정통한 투시가들이 있다면 이것이 마법 거울9이라는 것을 알 거요. 이 구 속에는 특별한 성분의 액체가 들어 있지요. 이걸 만들려면 끈기 있는 노력과 고도의 마법 능력이 필요하지요.’

 

“저의 지식은 프라바토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 구로부터 약 1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프라바토가 램프에 불을 키고 방안의 전기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그리곤 어떤 일이 있어도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제게 말하더군요.

 

구의 반사광에서 스펙트럼의 모든 칼라들이 방사되었습니다. 작은 불꽃이 구와 그 주위의 공간을 밝혔고 특별한 향기도 방출했습니다. 저는 단번에 생각했습니다. 램프의 연료는 틀림없이 특별한 액기스로 만들어진 거라고. 그러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프라바토는 제 마음을 읽고 말했습니다. ‘난 당신 생각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처럼요. 그러니 물어볼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상념 리딩에 대해서는 당신네 롯지에서 가르쳐 주지 않나요?‘

 

“저는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썼죠. 이 사람한테서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가 말을 계속 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영화를 보여주겠소. 그러면 당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요. 롯지 멤버가 되는 게 정녕 이익인지 아닌지.’

 

“저는 혹시 그가 어떤 트릭을 쓰지는 않는지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는 셔츠 소매를 말아 올리더니 구를 앞에 두고 제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그가 유리구에 두 손을 쭉 뻗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서 회백색의 광선이 나와 구 속으로 흡수되었습니다.

 

몇 초 후 구에서 불같은 오팔 빛이 나와 주변이 환히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프라바토가 빛을 다 방사한 뒤 말하더군요. 그 마법 구 안에 나오는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현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가 다음 말을 이었을 때 제 몸에는 전율이 스치더군요.

 

“‘자 이제 당신의 존경하는 회장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볼까요? 그의 좋고 나쁜 기질을 모두 환히 알게 될 겁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잘 보세요, 졸지 마시구요.’

 

“호기심에 신경이 곤두섰지만 사실 구에서 나오는 이상한 빛 때문에 피곤해져 있었거든요. 저는 바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모든 의지력을 모았고 실험하는 동안 깨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 오팔 빛은 방 전체를 환히 비췄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츰 구 안에서 기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구 안에서 다양한 색깔의 구름이 떠돌더니 곧 용해되어 자색의 빛을 띠었고 다음 순간 그것은 우리 회장님의 이미지로 응고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파노라마처럼 회장님의 아주 어린 시절에서 현재까지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펼쳐졌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영상에 저는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회장의 낯빛이 울그락푸르락 해져갔다. 헤르메스가 마법 거울에 비친 회장의 인생에 대한 놀라운 사건들 몇 가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장이 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슬쩍 건넸다. 헤르메스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보다 일반적인 주제로 슬그머니 넘어가 버렸다.

 

“이런 마법적인 방법으로 우리 회장님과 롯지의 현재까지의 지나온 자취를 죽 훑어 보여준 뒤 프라바토가 구 위에 오른손 인지로 원과 어떤 형상을 그리자 그 이미지들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구에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이번에는 그 안에 우리 롯지 비서 님의 형상이 순식간에 응고되어 나타났습니다. 역시 영화처럼 비서 님의 인생 필름이 돌아가더군요. 롯지의 모든 잘못된 행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프라바토는 일곱 분의 우리 롯지 고위 멤버들의 삶을 계속 보여줬습니다. 그가 제 삶까지 보여주려 하자 당황해서 얼른 사양했죠. 그가 또 다른 기호를 구 위에 그리면서 뭐라고 중얼거리자 빛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프라바토가 일어서더니 전기 불을 키고 램프를 껐습니다. 그는 조용히 구와 램프를 상자에 다시 갖다 놓고 가방에 담아 자물쇠로 잠갔습니다. 정돈을 끝낸 후 경멸조로 제게 묻더군요. ‘자, 선생, 아직도 제게 가입을 권하시겠습니까?’

 

“저는 그의 마법력에 완전히 넋이 나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모자와 코트를 움켜쥐고 황급히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죠. 회랑에 나와서야 겨우 코트와 모자를 걸치고 호텔을 허겁지겁 빠져나왔습니다. 우리 롯지의 힘에 대한 제 믿음은 크게 흔들렸고 저는 그 날 밤 한 숨도 잘 수 없었습니다.”

 

프라바토와의 경험에 대한 설명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모두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만이 공기를 누르고 있었다. 잠시 후 회장이 서둘러 일어서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짓눌린 침묵을 깼다.

 

“헤르메스님,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신 노고에 우리 롯지의 이름으로 치하하는 바입니다. 제 생각에 프라바토가 우리 롯지의 활동과 고위 멤버들의 행적을 들추어낸 것은 큰 도발행위라고 봅니다. 어둠의 주님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우리는 프라바토에게 지옥의 모든 분노를 풀어놓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행위의 대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롯지가 모욕당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처참히 망할 때까지 파멸의 진동을 보낼 것입니다! 사탄의 이름으로 그에게 저주가 내릴지어다!”

 

분노한 회장이 끔찍한 저주를 퍼부었다. 공개석 상에서 그렇게 심한 저주를 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저주를 받은 자는 예외 없이 희생물이 되었고 교단으로부터의 박해를 피할 수 없었다.

 

회장은 21명의 집행위원들을 남게 한 후, 모임에 참석하고 협조해준 모든 멤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회의를 마치는 벨을 울렸다. 멤버들은 롯지의 비밀 사인 동작10을 한 후 회의장을 떠나 혼잡한 도심 속으로 사라져갔다. 남의 눈에 띠지 않게 은밀히 행동하는 것은 롯지의 가장 엄격한 규율 중 하나였다. 그것은 일반 대중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회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프라바토가 강력한 적수가 될 것임을. 저주를 내린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끝장을 볼 때까지 이 싸움은 목숨을 걸고 계속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그는 자기 권위의 상실, 아니 손상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남겨진 롯지의 집행 위원들은 프라바토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였다. 많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비서는 속기로 그것들을 기록하였다. 다음 모임에 그것들을 표결에 붙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실레시우스 건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 없었다. 회장의 신호가 떨어지자 비서가 홀을 나와 저택의 후미에 위치한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창문이 없었고 입구는 특수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그 방안에는 이상한 형태의 벽장이 있었는데 그 안에 다양한 마법 장비들이 보관돼 있었다.

 

비서가 철로 된 트렁크를 열어 중간 크기의 관을 꺼냈다. 그 안에는 왁스로 된 인형이 있었다. 그는 벽 속의 금고에서 마개로 봉해진 큰 갈색 병을 꺼냈다. 그는 방 한 가운데 있는 테이블 위에 왁스 인형과 갈색 병을 놓았다. 그는 포켓 나이프로 왁스 인형의 머리에 있는 작은판을 풀었다. 그러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그 구멍으로부터 인형의 등까지 손가락 너비의 홈이 길게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나서 비서는 마개를 따서 갈색 병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인형에 난 구멍 속으로 액체를 가득 부었다. 그리고는 판으로 구멍을 다시 닫고 액체 왁스로 다시 그것을 고정시켰다. 그는 왁스를 손질하여 구멍의 흔적을 없앴다. 그는 병을 닫고 도장이 새겨진 반지를 이용해 그것을 봉인했다.

 

인형의 가슴 위에는 둥그런 원이 있었다. 비서는 그 안에 희생자의 롯지명(롯지 내에서 불리는 이름)을 적었다. 그는 벽장에서 서류를 꺼내 롯지 비밀 암호로 그 날짜와 피집행인의 이름을 기입하고는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강도가 다른 갖가지 모양의 길고 짧은 단검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는 작고 날카로운 것을 하나 택했다. 그는 혹시 잊은 건 없는 지 확인한 뒤 왁스 인형과 단검을 관속에 넣은 뒤 그 방을 나섰다.

 

그는 팔 아래에 관을 낀 채 조심스럽게 문을 잠그고는 회의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회장이 그 관을 받았다. 그는 인형이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상태를 확인한 뒤 관을 바닥에 똑바로 세워 놓았다. 세 개의 큰 초를 켜고 전기 불을 껐다.

 

21 집행위원들이 인형 주위에 원형으로 섰다. 회장은 원 밖에서 감독하였다. 위원들은 손을 맞잡고 인형 주위를 천천히 일곱 바퀴 돌았다. 그 동안 그들은 인형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들은 서로 일치되는 동작으로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리드미컬하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날숨과 함께 팔을 내릴 때마다 그들은 마법 공식을 되풀이 외웠다. 매번 할 때마다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전체 의식(儀式)이 반복되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자 인형 주위에 안개가 일기 시작하더니 구름처럼 진해지며 원형으로 고형화 되었다. 그것은 마치 인형을 꿀꺽 삼킬 듯 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회색 빛이던 것이 이제는 붉은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어둠의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구름 형상은 타오르는 붉은 색깔을 띠었다. 회장이 그것에 다가간 뒤 오른 손으로 공중에 어떤 사인을 그렸다. 그리고 나서 그는 위원들로 이루어진 원을 풀게 했다. 서서히 붉은 구름이 왁스 인형 속으로 사라져갔다. 지친 위원들이 테이블에 주저앉았다.

 

회장이 인형을 들고 그걸 관속에 넣었다. 관의 양쪽에는 촛대에 초가 꽂혀 있었다. 그는 엄숙하게 그 초들에 불을 켰다. 홀 안은 완전한 정적이 감돌았다. 21명의 집행위원들은 초조감으로 경직돼 있었고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회장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마치 가면 같았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단검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손을 뻗어 쥐었다. 그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눈은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원에 고정돼 있었다.

 

마침내 칼날이 촛불에 번쩍이며 인형의 가슴에 꽂혔다. 그때 날카로운 천둥소리가 홀 바닥을 울렸다. 폭풍이 불어닥칠 듯, 굉음이 대기를 채웠다. 몇 초간 지속되던 굉음은 차츰 우르릉거리며 저 멀리 사라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가라앉아 불길한 정적만을 남겼다.11

 

회장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색이 감돌았다. 그는 자신이 생명과 죽음을 좌지우지하는 자라고 느끼고 있었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그는 가까운 의자에 털썩 앉았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이런 현상에 익숙한 터였지만, 그럼에도 매번 의식을 치를 때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비서가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촛불을 끄고 나서 관을 치웠다.

 

다른 위원들도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그들이 경험한 현상은 자신들의 목적이 성취된다는 신호였다. 회장은 기록부에 이 마법 의식의 세부사항들을 적었다. 그 사이 위원들은 서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마침내 회장이 일어서 위원들에게 말했다.

 

“친애하는 위원 여러분, 성공적인 의식을 치러 주신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실레시우스는 정확히 밤 10시에 심장 마비로 죽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성한 교단의 규정에 따라 형벌을 집행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반역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그의 친구 역시 죽음이 언도되었지만 집행은 추후에 하게 될 겁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다음 모임 때 의논하기로 합시다. 실레시우스를 대신하게 될 새로운 멤버의 입문식은 성요한일 모임 때 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 밤 8시 여기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 뵙게 되길 바랍니다. 의제는 프라바토 건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의 모임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위원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롯지를 떠나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

철도역에 걸린 대형 시계의 분침이 서서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역 광장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베를린행 직행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스피커에서 열차의 도착 예정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던 승객들이 재빨리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몇 분 후면 이곳 드레스덴에 열차가 정차할 것이다.

 

프라바토는 열차 시간표 앞에 서서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었다. 직행 열차가 도착하자 그는 수첩을 호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객차 문이 바로 그 앞에서 열렸다.

 

한 젊은이가 열차 칸에서 뛰어내리더니 급히 구내매점으로 달려갔다. 비스킷 한 봉지를 산 뒤 돈을 내고는 다시 열차로 돌아오던 찰라, 그는 몇 걸음 못 가서 갑자기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더니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고통으로 몇 초 동안 몸을 비틀어댔다. 얼굴은 경련으로 일그러졌다. 잠시 후 요동치던 몸이 움직임을 그쳤다.

 

호기심에 찬 구경꾼들이 삽시간에 그 젊은이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경찰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를 역사무실로 옮겼다. 누군가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목격자들이 진술을 했다.

 

근처에 서 있던 프라바토는 조용히 사건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 청년이 자연사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마법사의 직감으로, 그는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역을 떠나 라이프치거스트라세로 걸어갔다. 한 시간쯤 걸은 뒤 그는 교외의 작은 숲에 멈추어 휴식을 취했다.

 

그 날 밤 날씨는 놀라울 정도로 청명했다. 수정 같은 하늘로부터 달과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명상에 잠긴 채 잠시동안 머문 뒤 그는 호텔로 향했다. 엘베 항구 근처에 이르자 그는 택시를 잡아탄 뒤 호텔에 당도했다.

 

그가 방에 들어선 것은 새벽 2시경. 그는 문을 잠근 뒤 가방을 꺼내 마법구를 설치했다. 마법구를 통해 그는 예상했던 대로 기차역에서 죽은 청년이 폭크 롯지의 공격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드레스덴에서 가장 큰 일간 신문을 샀다. 그가 찾고 있던 것이 일면 머릿기사에 나 있었다. ‘드레스덴 중앙 역에서의 죽음’이라는 표제 하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어제 밤 10시 중앙 역에서 유명한 작가 알프레드 M이 급사하였다. 우리는 이 젊고 유능한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그의 여러 작품들은 열광적인 호응을 받아 왔으며 최근에는 그의 소설 ‘약속’이 출판된 바 있다. 우리는 이 야심 차고 재능 있는 작가를 가슴속에 영원히 기리게 될 것이다.”

제 3 장

흑마술 공격

 

폭크 롯지에서는 21명의 심령공격 전문가들이 다시 회장과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안건은 실레시우스로부터 롯지의 28등급의 중요한 비밀들을 받은 은행장 Z에 대한 것이었다.

 

이 은행장은 멤버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 멤버가 되지 않는 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폭크 롯지에 적합한 치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따라서 그에게 죽음의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먼저, 거대한 금융기관의 장(長)인 그의 신분을 이용해 큰 자금을 얻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폭크 롯지는 주로 세력 있는 자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흑마술의 수단을 통해 엄청난 재산과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이런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설령 경제 공황기라 할지라도 끄떡없었다. 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공공기관들을 이용하는데 능숙했다.

 

그들은 치밀한 방법, 훈련, 경험을 통해 어떤 의심도 받지 않고 대중들의 코앞에서 불법 거래를 하였다. 그들은 독일의 일반대중들이 정신적인 법칙과 정신적 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이용하였다. 그런 점이 그들의 활동을 더욱 용이하게 하였다.

 

롯지는 오컬티즘을 주제로 대중 퍼포먼스를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오컬트라는 것이 단순한 트릭과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의도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컬트 철학에 대한 지식이 일반화될 경우 새로운 조직이 생겨 자신들의 목적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퍼포먼스는 진정한 오컬트스트들의 시선을 따돌리는 방벽의 기능도 했다. 만일 그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 세상에 자기들의 정체가 탈로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프라바토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법칙과 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들의 적의를 사게 되었다. 만일 프라바토가 대중들의 인기나 끌어 모으는 눈속임 마술사라면 그들도 방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롯지 회장은 프라바토에게 심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롯지 멤버인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통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롯지 멤버들은 프라바토가 강연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방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먼저 그들은 은행장 Z를 죽이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을 했다. 비서가 엘리를 데려 오기 위해 건물 지하실로 갔다. 건물 관리인의 딸인 엘리는 그들이 행하는 다양한 실험에서 투시 영매로 그들을 위해 일했다.

 

엘리는 아버지와 함께 거기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녀는 날씬하고 물결치는 갈색 머리에 진한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그들을 위해 영매가 되는 것이 싫었지만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그 보복으로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엘리가 비서와 함께 회의실에 나타났다. 신호가 내려지자 흰 실크 천이 덮인 소파가 방 한 가운데 놓여졌다. 옆에는 실크 천12이 또 하나 준비돼 있었다. 실험 도중 영매를 격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회장이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엘리가 소파에 눕고 그녀 옆 의자에 비서가 앉았다. 그가 그녀의 눈을 뚫어질 듯이 보며 강한 암시의 말을 속삭였다. 몇 분이 지나자 엘리가 최면의 첫 단계에 들어갔다.

 

수 차례의 마그네틱 스트로크(자기화磁氣化된 손으로 최면을 유도하는 동작)로 그녀는 마침내 매우 깊은 상태에 몰입되었다. 몇 차례 더 그녀의 목 위에 스트로크를 하자 그녀는 최면 상태에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엘리는 최면 상태에 아주 잘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명령도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먼저 그녀가 받은 명령은 정신적으로 프라바토를 찾아가 그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프라바토가 강연장에서 마법 시연을 하고 있다고 즉각 보고했다. 비서는 서둘러 그녀의 영혼을 도로 불러냈다. 프라바토가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고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알아차릴까 염려해서였다.

 

다음 엘리가 받은 명령은 은행장 Z의 활동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즉각, 그가 집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의 가족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집에 그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상황 파악이 끝나자 회장의 신호에 따라 멤버들이 엘리와 비서 주위에 원을 형성하였다. 그들은 영매 엘리를 자기파(磁氣波 magnetic fluid)로 충전(充塡)시켰다. 자기력이 충분히 강해지자 그녀에게 은행장을 잠들게 하고 그를 계속 살피라는 명령을 내렸다.

 

영매 엘리의 영향을 받자 Z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왔다. 그는 머리를 베개 위에 대자마자 잠에 골아 떨어져 버렸다. 그러자 엘리는 은행장의 상태에 대해 비서에게 알렸다. 비서는 그녀에게 그와 계속 접촉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제 마법 공격을 통해 Z는 꼼짝없이 롯지를 위한 로버트 같은 도구가 될 것이었다.

 

비서가 Z의 이름을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왁스 원반에 새겼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영매의 태양 신경총 위에 두었다. 희생자와 긴밀하게 영적인 연결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 원반을 엘리의 이마 위에 몇 분 동안 놓았다. 이것은 은행장의 영혼이 장거리 최면에 의한 명령을 받는데 민감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끝으로 비서는 원반을 영매의 귀와 심장에 갖다 대고 나서 그것을 치웠다.

 

21명의 심령공격 멤버들로 만들어진 매직 서클을 잠시 열어 영매가 누워 있는 소파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이번에는 회장이 서클 중앙에 앉았다. 다음, 작은 왁스 원반을 약간 달군 뒤 조개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곤 마법 공식을 계속 반복하여 외우면서 회장이 트랜스 상태로 들어갔다. 대상과 긴밀한 사이킥 접촉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트랜스 상태로 들어가는 동안 회장은 멤버들에 의해 형성된 매직 서클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를 받았다. 강한 암시를 띤 목소리로 그가 작은 왁스 조개에 대고 말했다.

 

“한 젊은 남자가 당신의 사무실로 내일 아침 정확히 11시 45분에 갈 것이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붉은 넥타이를 맸을 것이다. 이 남자는 스위스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백만 마르트의 대출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아무 이의 없이 당신은 그의 요구를 들어 주게 될 것이다. 그가 이마를 오른 손으로 세 번 건드리면 당신은 그에게 백만 마르크 수표를 줄 것이다. 그에게 수표를 건네자마자 당신은 밀려오는 피로감에 정확히 5분 동안 잠이 들 것이다.

 

당신이 다시 깨났을 때 당신은 방금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젊은이의 인상착의도 전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세부적인 사항들이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순간부터 당신은 몸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자주 신경쇠약으로 시달릴 것이다. 당신의 생각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질 것이고 날이 갈수록 피로감과 우울증이 더해갈 것이다. 당신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날 것이고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떤 기쁨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침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을 싫어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정확히 14일 뒤 권총으로 자살하게 될 것이다.”

 

은행장 Z는 금융계의 유명인사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런던에서 한 번 강도를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매우 조심스러워졌고 항상 권총을 곁에 두었다.

 

회장이 최면 암시를 마친 뒤 몇 분 더 왁스 조개를 응시하고는 의식(儀式) 사인을 한 뒤 자색 실크 천에 감쌌다. 집행위원들은 매직 서클을 풀고 방 가운데 있는 자리에 앉았다. 소파는 도로 방 중심으로 옮겨졌다. 소파 위에는 아직도 영매가 트랜스 상태에 빠져 있었다. 비서가 그녀의 영혼을 은행장의 방에서 불러내 이번에는 프라바토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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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프라바토는 강연을 마치고 절친한 친구를 찾아가고 있었다. 영매는 비서에게 그곳의 정확한 주소를 알려 주었다. 뿐만 아니라 프라바토 친구의 가족들이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두 사람만 오컬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보고했다. 너무 얘기에 빠진 나머지 프라바토는 엘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정보를 받은 비서는 영매의 영혼을 되 불러온 뒤 몇 가지 마그네틱 스트로크와 그에 상응하는 마법 공식으로 엘리의 의식을 깨웠다. 그녀는 자기가 롯지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비록 이런 모임의 특이한 환경에서 뭔가 전체적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긴 했지만, 그녀의 관심은 이 일로 생기는 부수입뿐이었다. 비서는 친절하게 그녀를 방밖으로 데려간 뒤 보답으로 수표를 쥐어줬다.

 

폭크 롯지의 비밀들 중 하나는 그 고위 멤버들이 지닌 초자연적인 능력이었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타인을 잠들게 했다가 다시 깨울 수도 있고, 아프게도 하고 건강하게도 할 수 있으며, 활력을 불어넣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지식은 대 악마와의 계약 의식에 입문해야만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흑마술의 테크닉으로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은 어디서 그런 영향력이 오는 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폭크 롯지의 입장에서 볼 때 프라바토는 매우 특별한 케이스였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종류의 오컬트 행법에 정통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빛의 형제단13의 보호까지 받고 있었다. 폭크 롯지는 빛의 형제단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을 소유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라바토에게 흑마술 기습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간단한 토의 후 비서가 장비실로 가서 테파폰(tepaphone)14이라 부르는 장치를 가져온 뒤 방 한 가운데 설치했다. 이것은 롯지에서 극비에 붙여진 마법 장비였다. 테파폰은 어떤 거리에서든 치명적인 진동을 방사할 수 있는 장치로서, 롯지가 지닌 가장 강력한 마법 무기에 해당됐다.

 

만일 테파폰의 진동을 어떤 인간이나 동물의 사진에 초점 맞추면 그 존재의 아스트랄체와 육체 모두 해를 입게 되었다. 이 장비는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어떤 종류의 물질이든 파괴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무선 에너지 방사기로도 쓰였다. 이것은 현대 과학에서도 아직 꿈꿀 수 없는 그런 장비였다.

 

또한 테파폰을 통해서 어떠한 상념도 전송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테파폰은 전문의사들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신경병이나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했다. 목표 대상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진이나 개인 소유물만 있으면 충분했다. 이 때 거리는 아무리 멀어도 상관없었다.

 

프라바토는 유명 인사였기 때문에 그의 사진이 종종 신문에 나곤 했다. 따라서 폭크 롯지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진을 입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회장이 프라바토의 사진을 테파폰의 광선 초점에 맞춘 뒤, 특별히 제작된 고농도 알콜 혼합 연료를 점화하였다. 그와 동시에 다른 멤버들이 그 장비 주위에 매직 서클을 만들고는 물질계에 불 원소를 응축시킴으로써 텔레파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흑마술사들은 상대가 강력한 오컬트 능력의 소유자일 때 이런 공격 방법을 종종 사용한다. 폭크 롯지에서는 형벌의 집행을 위해 테파폰을 자주 사용하였다. 테파폰 공격은 이제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다. 테파폰의 공격을 받은 희생자들의 사인(死因)은 항상 발작으로 진단되었다.

 

프라바토는 아직도 친구와 함께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 둘은 모두 너무 깊이 대화에 몰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폭크 롯지의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몸에서 갑자기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것을 깨달은 프라바토가 주위의 심상찮은 상태를 감지하게 되었다. 그는 연신 방을 오르내리며 이 이상한 열의 원인을 찾아 나섰다. 전에는 결코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안의 온도가 차츰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의 친구도 이상(異狀)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프라바토는 즉각, 열의 원인이 자기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의 피부에 맞닿은 손목 시계와 반지가 불처럼 타올랐다. 이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어떤 외적인 힘이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힘에 대항해 싸우려고 했다. 그러나 열은 이미 그의 몸에 깊이 파고들어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친구 역시 이 쏟아져 들어오는 힘에 무력했다. 이런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의사를 불러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흑마술 공격에 의사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

 

프라바토의 혈관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현재의 정신력으로는 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절망적으로, 프라바토는 신께 도움을 청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만일 자기가 지금 이 시간에 이 화신(化身)을 끝내야 할 운명이 아니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프라바토의 친구는 그에게 자기력(磁氣力)을 방사해 주려 애썼지만 방안의 참을 수 없는 열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프라바토의 내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로 빼내라!” 그는 입술을 열어 간신히 이렇게 중얼거렸다. “물! 물! 많이.”

 

그의 친구가 문을 박차고 나가 물을 한 바께스 가득 가지고 왔다. 그는 그걸 서둘러 프라바토에게 가져갔다. 프라바토가 간신히 그의 왼손을 그 속에 담갔다. 그 순간 그는 겨우 안정을 찾았고, 몇 분 후에는 정신을 완전히 차리게 되었다.

 

물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친구가 다른 바께스에 다시 물을 떠왔다. 그런 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열을 물 속으로 빼내야 했다. 포크 롯지의 공격이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괴적인 진동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그의 몸을 지나치고 있었기에 프라바토는 곧 자신의 투시력을 쓸 수 있을 만큼 힘을 회복했다. 영적으로, 이 파괴적인 광선의 발원처를 추적한 그는 그곳이 폭크 롯지에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날 공격한 걸 후회하게 될 걸.” 프라바토가 생각했다. “영적인 법칙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너희들의 앞으로의 계획들을 박살내고야 말 테다.”

 

테파폰에서 진동이 멈추지 않고 방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프라바토는 열을 계속 물 속으로 빼내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시를 통해 롯지의 모임을 관찰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폭크 롯지 멤버들이 매직 서클을 풀고 사진을 초점으로부터 치운 뒤 불을 껐다. 비서가 그 무기를 장비실에 돌려놓고 문을 잠갔다. 일을 마친 후 롯지 멤버들이 서로 잠시동안 담소를 나눴다. 그들은 프라바토가 더 이상 자신들에게 어떤 해도 미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그들은 이미 다음날 신문에 유명한 마법사의 급사(急死)와 강연의 취소를 알리는 기사가 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강력한 적수를 물리친 승리 기념으로 다음 날 밤 축하 모임을 열기로 한 뒤 멤버들은 그 날 모임을 끝마치고 헤어졌다.

 

이 모습을 프라바토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친구가 그에게 자고 가라고 말했다. 호텔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친구의 청을 받아들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는 친구에게 긴 구리줄이나 철사줄, 그리고 날카로운 부엌칼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프라바토의 말에 그대로 응했다.

 

프라바토는 철사줄로 침대 주위를 빙 두른 뒤 줄 양끝을 칼에 연결하고 나서 그걸 바닥에 꽂았다. 잠시 동안 깊이 집중 상태에 들어간 그는 철사줄에 삼계(물질계, 아스트랄계, 멘탈계)의 모든 차원에 대한 보호의 파워를 넣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모든 해로운 영적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방어하였다.15 작업을 다 마친 그는 그제 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자신을 기적적으로 구해준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곧 잠에 곯아 떨어졌다.

제 4 장

흑마술사의 분노

 

다음 날 아침, 프라게르스트라세의 한 고급 카페에서 폭크 롯지 회장이 커피를 마시며 드레스덴 신문의 지면들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아니, 프라바토가 죽었다는 기사가 없네. 이럴 수가! 이제까지 테파폰이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대 악마와 계약16을 맺어?”

 

그의 마음 속에 이런 상념들이 일었다. 실망과 분노가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롯지에서 오늘밤 축하연을 베풀려고 했는데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일의 실패로 롯지의 파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멤버들도 분명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회장 자신의 권위가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전화로 모임 취소를 지시하고 혼자 롯지로 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특별 마법을 행할 때만 쓰는 신전의 밀실로 갔다.

 

밀실에는 창문이 하나 있었지만 커튼을 닫으면 빛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동쪽 벽 근처에 는 마법 심벌들로 장식된 사각기둥이 있는데 그것은 제단의 역할을 했다. 그 위에 흑마술사들의 최고신, 바포메트17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벽면들은 남색 벨벳으로 덮여 있었다.

 

연청색 천장의 중심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제단 위에는 작은 매직 램프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일곱 가지 무지개 빛을 발하는데, 일곱 별과의 합일을 상징하는 것이다. 방의 네 모퉁이에는 각각 두 개의 대형 초가 화려한 은촛대에 꽂혀 있었다. 밀실에는 전기 불이 있지만 마법을 실행할 때는 오직 촛불과 매직 램프만이 사용되었다.

 

회장은 옷장에서 남색 실크 코트와 남색 머리 스카프를 꺼냈다. 그는 신전의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뒤 코트와 스카프를 걸쳤다. 그의 이마를 덮고 있는 스카프 부분에는 은으로 자수된 역오망성18이 있었다. 그는 자색 실크 슬리퍼를 신었다.

 

그는 벽 금고를 열어 커다란 하얀 커버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그 커버에는 다양한 색깔의 매직 서클19이 뱀 형태로 그려져 있었고, 그 뱀의 등에는 여러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 매직 서클 바로 위에는 삼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이 삼각형은 꼭대기가 위로 향해 있고 각 모서리에는 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매직 서클 한 가운데는 붉은 빛 자색의 역오망성이 있었다. 이 오망성의 각 모서리에는 문자가 하나씩 있었는데, 그것들을 조합하면 ‘사탄(satan)’이 되었다.20

 

회장은 향 접시를 삼각형 위에 놓고 원 주위에는 다섯 개의 납작한 촛불을 놓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마법 장비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소환 의식을 하는 동안 빠진 게 있으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보호를 받고 있기는 했지만 자칫 주의를 게을리 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었다.

 

그는 향로에 향 가루를 첨가한 뒤 숯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실내가 강렬한 향기로 진동했다. 그는 촛불을 키고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대낮이었지만 커튼 때문에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회장은 위엄 있게 매직 서클 속으로 걸어들어 갔다. 그는 왼손에는 마법 검21을, 오른 손에는 마법 지팡이22를 쥐고 있었다. 그의 목에는 지금 소환하려고 하는 존재의 표장이 새겨진 라멘(lamen)23이 걸려 있었다. 그는 동쪽을 향해 서서 열정적으로 소환 공식을 되풀이 외웠다.

 

“나는 지옥의 살라만더24 불의 영들과 연결돼 있노라. 불 원소는 삼계에서 나에게 종속되어 있다. 이제 지옥 불의 영들의 지배자인 그대를 소환하노라! 나는 그대의 주님이자 지배자인 사탄의 이름으로 그대를 소환하노라! 사탄과의 동맹자로서 나는 그대에게 그의 이름으로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의 원소로 나의 목적을 도울 것을 명하노라.

 

나는 그대를 나의 마법의 검에 묶었으니 절대 복종해야만 한다. 요구하나니, 그대의 광폭한 불의 정령들은 나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나의 계획을 도울지어다. 나는 그대의 가장 높은 주인과 계약에 의해 동맹을 맺은 자이다. 그러므로 그분의 이름으로 프라바토를 괴롭히고 파괴할 것을 명령하노라. 지옥 불의 영들의 지배자여!! 지금 여기에 나타나라. 내 서클 앞에 모습을 보여 명령을 수령했음을 나로 하여금 확인케 하라!”

 

회장이 이 소환문을 열정적으로 반복하자 촛불의 불꽃들이 높이 치솟으며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밝게 빛나는 광선이 매직 트라이앵글 속에 나타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한 흑마술사여! 저는 당신의 요구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당신께 봉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지고한 주님과 당신은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명령에 따라 우리 원소의 영향이 미치는 곳이면 어디서든 프라바토를 괴롭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완전한 성공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프라바토는 지상에서 특별한 사역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운명은 보통 사람들의 것과는 다릅니다!”

 

그 존재의 형상은 더욱 가시화되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불의 혀들이 그 주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열기가 그 존재로부터 발산되었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 지 회장 자신도 위험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칼을 들어올려 그 끝을 그 존재에게 향했다. 불의 존재가 벽력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의 발아래 바닥이 진동했다.

 

잠시 이완과 집중을 한 뒤 회장이 이번엔 남쪽을 향했다.

 

“그대, 공기 원소의 힘이여! 나의 전 존재가 지금 그대의 원소와 교감하고 있다. 공기의 영들의 지배자여, 나의 부름을 듣고 나의 의지에 복종하라. 그대의 지고한 주님과의 동맹자로서 나는 그대를 그분의 이름으로 소환하노라! 그대와 폭풍의 영들이여, 급히 대기를 휩쓸고 날아와 내 명령에 순종할지어다. 나 그대를 소환하노라, 공기의 정령들의 지배자여! 여기 내 서클 앞에 나타나 내 요구를 수령했음을 보여라. 머뭇거리지 말라. 지체하면 그대의 주인의 이름으로 그대를 고문할 것이다! 공기의 지배자여 내 앞에 지금 나타나라!”

 

귀청을 찢는 울부짖음 소리와 함께 공기의 정령이 매직 트라이앵글 속에 나타났다.

 

“이 비열한 놈! 만일 네가 우리의 지고한 주님과 계약을 맺은 자가 아니라면 너를 내 원소로 갈갈이 찢어버렸을 것이다. 네가 감히 그런 식으로 날 협박해? 내가 너의 말을 따르는 것은 오직 그 계약 때문이다. 자, 너의 요구를 말하라!”

 

“나는 그대에게 프라바토를 파괴할 것을 요구하노라” 회장이 권위적으로 말했다. “그대의 공기 정령들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을 훼방놓도록 하라. 그가 아무 힘없이 나약하게 되도록 하라.”

 

“내 힘이 닿는 한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의 배후에는 빛의 형제단이 있기 때문이다.” 공기의 지배자가 경멸조로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사라졌다.

 

프라바토의 특별한 위치, 그의 힘, 그를 보호하는 힘의 원천 등에 대한 언급 때문에 회장의 마음 속에는 새로이 증오와 분노가 일었다. 그러한 기분 속에서 그는 서쪽을 향했다.

 

“물의 힘이여, 나 그대를 소환하노라! 물의 정령들이여, 나의 요구에 귀 기울일지어다. 강력한 물의 지배자여, 나 그대를 소환하노라. 나는 그대의 원소와 연결되어 있고 그대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나 그대를 그대의 주님인 사탄의 이름으로 소환하노라. 나는 그대의 지배자와 계약을 맺은 자이다. 그러므로 나의 말에 즉시 순종해야만 한다. 포효하는 대양으로부터 올라와 내 서클 앞에 모습을 나타내 내 요구를 수령했음을 보여라. 만일 나타나지 않으면 지옥의 지배자의 이름으로 불 원소를 가지고 박해할 것이다! 물의 지배자여, 내 앞에 나타나라!”

 

엄청난 포효와 함께 반인반어(半人半漁)의 특이한 모습을 한 존재가 매직 트라이앵글 속에 현현하여 쉰 목소리로 마법사에게 말했다.

 

“네가 나를 불렀는가? 내가 대도시를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나를 협박하다니, 만일 네가 내 주인님과 계약한 자가 아니라면 너를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자,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말하라!”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회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이유 없이 그대를 바다의 심연으로부터 불러낸 줄 아느냐? 그대의 주님의 이름으로 프라바토를 괴롭히고 파괴할 것을 요구하노라. 그는 감히 우리 롯지에 대항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가 멸망하기를 바라노라!”

 

“내 당신의 소원을 이뤄주려고 노력하겠다. 내 힘이 닿는 한. 그러나 성공은 보장하지 못한다. 프라바토가 약해진 시간에 습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법사는 그의 마법 지팡이로 그 존재를 떠나가게 했다. 그러자 그 존재가 사라졌다.

 

그는 원소들(사대)의 지배자들이 완전한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그는 이 일에 큰 난관이 따르리란 걸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제 의식을 마무리짓기 위해 그는 마지막으로 흙의 지배자를 소환했다. 그가 북쪽을 향했다.

 

“흙 원소의 강력한 지배자여, 그대의 주인과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분의 이름으로 그대를 부르노라. 사탄의 이름으로 명하나니, 하계를 떠나 내 서클 앞에 나타나 그대가 내 요구를 수령했음을 보여라. 즉시 내 명령에 순종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를 그대 주인의 이름으로 고문하겠노라. 흙의 지배자여, 지금 내 앞에 나타나라!”

 

회장이 두 발을 딛고 선 밑바닥이 흔들리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색 머리와 긴 턱의 작은 인간이 매직 트라이앵글 속에 나타났다. 그의 크고 검고 깊은 눈이 회장을 향해 반짝였다. 오른 손에 그는 랜턴을 들고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희미하면서도 강렬한 이상한 한줄기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흙의 정령이 마법사를 뚫어질 듯 쳐다보며 말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거처를 떠나 당신의 의지에 순종하기 위해 왔소. 영적인 법칙에 따라, 그리고 당신이 맺은 계약 때문에 나는 당신이 죽을 때까지 당신에게 복종해야 하오. 당신의 소원이 무엇이오?”

 

그의 깊은 목소리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 때문에 회장의 등에 전율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죽으면 그는 이 피조물의 종이 되리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흙의 정령들의 지배자가 조용히 매직 트라이앵글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법사의 상념과 기분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 힘에 미친 인간이 미래에 자신의 종이 될 거라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회장은 평정을 찾으며 말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운명을 알고 있소. 그러나 지금 나는 묵과할 수 없소. 프라바토가 자신의 성공을 축하하고 우리 롯지를 비웃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소. 따라서 나는 그대가 온 힘을 다해 프라바토를 괴롭히고 파괴할 것을 요구하오. 그를 당신 영역의 심연으로 잡아가 그를 도망칠 수 없도록 어둠의 베일 속에 가두어 버리시오. 이것이 나의 바램이오! 프라바토를 끝장내야만 우리 교단과 당신 주인의 위신이 서게 되오.”

 

“힘이 닿는 한 그렇게 하겠소.” 흙의 정령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프라바토와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완전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소.”

 

흙의 정령이 사라지자 건물 전체가 갑자기 무덤처럼 정적에 휩싸였다. 회장은 엘리멘탈 존재의 소환으로 녹초가 된 채 매직 서클 속에 서 있었다. 그는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공허감이 마음 속에 퍼져갔다. 그는 방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데몬을 보았다. 그것은 그를 위해 매일 일하는 악령이었다. 이 존재는 오랜 세월 동안 그의 곁에 있으면서 소원 성취를 도와 왔다. 그는 절대적으로 그 존재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적인 법칙에 따라 그는 더 이상 데몬의 지배자들과의 계약을 취소할 수 없게 돼 있었다. 계약을 통해 얻은 그 파워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그가 지배자라면 내일은 노예가 될 운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순수한 오컬트 능력으로는 물질적인 힘과 부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악마와의 계약의 유혹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존재한테 의존해야만 한다는 처연함이 바로 지금 그를 악몽처럼 짓눌러 왔다. 그는 지옥 같은 고통에 괴로워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고통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프라바토에 대해 지닌 증오심은 매우 컸다. 게다가 사대의 지배자들이 그에게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정은 더욱 불타올랐다.

 

“이 프라바토란 작자의 배후에 도대체 어떤 막강한 힘이 버티고 있는 것일까?” 그의 마음 속에는 이런 의문이 박혀 떠나지 않았다. “설령 내 목숨이 위태롭다할 지라도 그를 작살내놓고야 말리라!”

 

이런 생각들의 충동에 사로잡힌 회장은 아예 악령들의 최고 지배자를 소환하여 자신의 소원을 이뤄달라고 부탁할 결심을 했다. 그는 자신의 검을 서클 안쪽 바닥에 내려놓고 왼발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오른 손에 마법 지팡이를 쥐고, 그걸 들어 올려 공중에 어둠의 표장을 그렸다. 그것은 데몬들의 최고 지배자를 소환하는 사인이었다.

 

그가 막 그 표장을 완성하자 바닥으로부터 빛나는 광선이 나타나 방 전체를 밝혔다. 회장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거기에 선 채 의식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방이, 마비될 것 같은 진동으로 꽉 찼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이 엄청난 에너지에 노출되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회장의 육신이 그 순간 소멸되지 않는 것은 오직 계약 덕분이었다.

 

매우 특이하게 생긴 존재가 서서히 트라이앵글 속에 고형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뿔 달린 염소의 머리, 가슴이 달린 털북숭이 사람의 몸. 괴물 같은 손, 맹금 같은 손가락, 황소의 발굽 같은 발, 굵고 긴 꼬리.

 

그 모습이 완전히 가시화되자 광선이 땅 속으로 사라졌다. 이 영을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존재가 바로 바포메트, 즉 데몬들의 마스터이기 때문이다!

 

바포메트가 덜덜 떨고 있는 회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자, 위대한 흑마술사여, 나는 프라바토를 멸하고자 하는 그대의 소원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좋은 생각이다. 나는 내 모든 힘을 다해 도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프라바토는 지상에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던 우리의 공격들이 실패했던 이유이다. 만일 그대가 고집을 계속 부린다면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대는 인생의 다른 기쁨들을 즐길 나머지 시간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회장의 마음 속에는 양심과 두려움, 증오심의 감정들이 교차하며 끓어올랐다. 결국 그의 이런 마음들 중에 증오심이 승리하여 맹목적인 분노에 차 그가 중얼거렸다.

 

“내가 이 계약을 맺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신은 내 생의 끝날까지 나를 도와야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죽은 뒤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프라바토를 끝장낼 수 있도록 당신의 도움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삶에 기쁨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에게 영원한 저주가 내리길!”

 

회장이 프라바토에게 저주를 내리자 이 불가사의한 방문자가 아무 대답 없이 땅 속으로 사라졌다. 마비될 것 같던 긴장이 일시에 풀렸다. 완전히 녹초가 된 회장은 자신이 소환했던 모든 존재들을 사라지게 하는 공식을 외웠고, 거기에 몇 가지 보호 공식들을 추가하여 작업을 확실히 마무리했다. 그는 모든 마법 장비들을 캐비닛 속에 넣어 잠근 뒤 서둘러 신전을 떠났다.

 

그는 옆방 소파에 몸을 던져 누웠다. 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신 뒤에야 다소 활력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날의 드라마틱한 사건들에 대한 상념들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태양이 푸른 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롯지를 떠나 집으로 향하는 회장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했다.

제 5 장

덫을 피해

 

같은 날 저녁, 기인클럽의 강의실은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프라바토는 과학자와 기자들을 위한 비공개 교령회를 열고 있었다. 거기에는 오직 초대된 손님들만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폭크 롯지 멤버 몇 사람이 끼어 있었다. 폭크 롯지는 모든 사회 각계각층에 멤버들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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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끝나자 기자들이 프라바토 주위에 몰려들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프라바토는 그들의 호기심에 가득 찬 질문에 만족할 만큼 충분히 답변을 해 준 뒤 별실로 들어갔다. 소수의 전문가들과 더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최면의 주제가 제기되자 프라바토가 청중을 상대로 한 실험은 앞으로 할 수 없다는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이 프라바토에게 최면과 관련된 새로운 법률에 대해 알려왔고, 그 법의 준수를 약속한 터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법규에 대해 말하자 갑자기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기자가 프라바토에게 비웃듯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심약해서 다음 강연회에서 최면 실험을 감히 하지 못할 거요. 내 5백 마르크를 걸죠!”

 

프라바토는 코너에 몰린 기분이었다. 법규를 위반하면서까지 실험을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 겁쟁이로 불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는 작은 꼬투리만 잡아도 가십을 만들어 퍼뜨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애를 많이 먹어온 터였기 때문이었다. 마음 속에 어떤 확신이 떠오르자 프라바토는 그 내기를 받아들였다. 그는 강연회가 끝나자 차를 타고 곧 클럽을 떠나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그는 전날 있었던 사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했다.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제 한 기자가 제시한 내기가 폭크 롯지의 함정일지도 몰랐다. 갑자기 그의 머리 속에 내기에 지지 않고 함정도 피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재빨리 옷을 차려 입고 밖으로 나갔다. 계획의 세부 사항들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식사 후 그는 편지를 붙인 뒤 도시로 차를 몰았다.

 

그는 빌헬름스트라세의 대형 뮤직 숍에 들어가, 여직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것을 지금 바로 디스크로 만들어 가져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여직원은 그렇다고 말하고 프라바토를 녹음실로 안내했다.

 

프라바토는 오후가 되어서야 뮤직 숍을 나왔다. 레코드를 한 짐 싸 가지고 콧노래를 부르며 호텔로 돌아왔다.

 

미술관의 대형 홀은 활기로 가득 찼다. 드레스덴 신문사에서 온 기자들이 그 날 밤 취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신비한 프라바토의 초능력 시연을 보기 위한 인파가 홀 안으로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미소를 머금은 채 프라바토가 강연장에 나타났다. 환영의 박수 소리가 잠잠해지자 그가 청중들에게 연설하기 시작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렇게 따뜻한 환영과 제 시연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뭐라 감사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강연들에서 저는 영적인 현상에 대해 많은 것들을 설명했습니다. 그것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자기력(磁氣力), 공간을 초월한 의지력의 행사, 투시와 텔레파시 등의 증거를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강연에서처럼, 제가 그런 초상 현상들을 입증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저는 여러분에게 죽은 자들이 거하는 저 세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인간의 존재성이 육체적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은 물론 그 반대로 진정한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물질계의 삶은 그 진정한 삶에 대한 일종의 준비기라 할 수 있지요.

 

“저는 회전 테이블이나 그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것들은 전통적으로 눈속임하는 사람들이 사용해온 방법이죠. 저는 사자(死者)의 영들을 이 강단에 불러옴으로써 여러분에게 보다 인상적인 시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프라바토의 놀라운 선언이 있자 홀 전체가 술렁거렸다. 마침내 한 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서자 청중석에는 기대감으로 정적이 흘렀다.

 

“제 이름은 슈나이더입니다.” 그 신사가 프라바토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저는 화학 교수입니다. 선생님은 영적인 힘들과 영적인 존재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오늘날 정통 과학에서는 그것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선생님께서 제게 영적인 힘들에 대한 어떤 증거를 보여 주신다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과학자로서, 그리고 회의론자로서 저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라바토가 청중을 향해 교수의 요청에 부응해도 되겠냐고 승낙을 구했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일제히 “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열광적인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프라바토가 그 회의론자를 어떤 실험으로 납득시킬지 궁금해했다.

 

프라바토는 그 교수를 강단 가장자리에 놓인 의자에 앉도록 하고는 잠시 동안 기다리도록 했다. 이윽고 그가 다가가 교수에게 영적인 가르침과 관련된 말을 잠시 건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불과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교수에게서 갑자기 눈에 띠는 변화가 일었다. 교수의 안색은 완전히 창백해졌고 눈은 허공에 고정되었다. 그러다가 의자에서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지더니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청중석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목을 길게 뺀 채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이런 소동 중에도 프라바토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 교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침내 그가 손을 들어 청중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여러분, 부디 조용해 주십시오. 교수님은 괜찮을 겁니다. 제가 교수님의 육체로부터 아스트랄체를 분리시켜 그에게 죽음과 유사한 상태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는 숨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장 박동도 멈췄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아마 심장마비로 진단될 것입니다.”

 

프라바토는 폭크 롯지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 멤버들 중 일부가 틀림없이 이 강연장에 와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그는 공개적으로 심장마비가 오컬트적인 수단으로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프라바토는 교수를 향해 다가간 뒤 교수의 두 발을 모아 마치 뻣뻣한 나무 인형처럼 된 그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두 명의 보조자들이 와서 두 의자 사이에 그를 눕혔다. 두 의자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교수의 몸은 오직 목과 발꿈치로만 지탱되었다.

 

교수의 몸 위에 담요를 덮은 뒤 프라바토가 두 의자 중 한 의자 위로 올라서더니 교수의 배 부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보조자들을 불러 같이 올라서도록 했다. 이렇게 세 명이 뻣뻣해진 교수의 몸 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교수의 몸은 강철처럼 세 사람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다.

 

세 사람이 바닥으로 내려오자 긴장했던 청중석에서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프라바토의 신호에 보조자들이 교수를 다시 일으켜 세워 팔로 부추겼다.

프라바토가 조용히 해달라는 몸짓을 한 뒤 멀리 떨어진 강단의 한 구석을 응시했다. 청중들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교수의 모습이 생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가면처럼 딱딱했던 얼굴이 풀어지고 숨을 다시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뺨에 홍조가 되살아났다.

 

프라바토가 그를 향해 섰다. 프라바토가 잠시 동안 응시하자 그는 자유롭게 숨을 쉬기 시작했고 눈썹을 깜빡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그는 팔다리를 쭉쭉 편 뒤,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가 프라바토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프라바토가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자, 교수님, 청중들에게 교수님의 체험담을 얘기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는 아직도 약간 다리를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의자에 앉아야 했다. 프라바토가 다시 잠깐 동안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는 처음 강단 위로 올라섰을 때처럼 맑은 정신을 회복하였다. 교수가 일어나 의자를 옆으로 치운 뒤 프라바토의 손을 잡고 광적으로 흔들어댔다.

 

“이런 일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 사건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어떻게 내게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말로 알 수 없군요. 놀라울 다름입니다.”

 

프라바토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 능력은 오랜 세월에 걸친 명상과 훈련의 결과입니다. 선생님도 노력하면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청중들이 당신의 얘기를 고대하고 있으니 더 기다리게 해선 안 될 것 같은데요.”

 

“저는 프라바토 선생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습니다.“ 교수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어떤 외적인 영향을 받고 있단 걸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머리가 완전히 텅 빈 것처럼 느껴지더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눈앞에서 제 몸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곧 경직감이 사라지고,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고요와 해방감, 경쾌함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강단의 이곳저곳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내 육신과 섬세한 은색 실25로 연결된 채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저는 프라바토와 보조자들이 내 몸에 대해 행하는 실험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제 몸이 실험을 아무 탈 없이 견뎌내고 있는 것을 보자 매우 안심이 되었습니다.

 

실험을 하는 동안 보조자 한 분이 저를 그냥 관통해 지나가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그림자가 없더군요. 그 순간까지 저는 제 자신을 육체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보조자들이 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 뒤 프라바토 선생님이 저를 뚫어질 듯 쳐다보자 강력한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제가 육체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그 힘에 저항하려 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깨어나서야 제 자신이 다시 육체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후에도 인간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프라바토 선생님이 강의에서 설명하신 메커니즘대로 인간의 영혼이 활동한다는 것도 말이죠.”

 

프라바토에게 연신 감사를 표한 뒤 교수는 박수를 받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관중들이 다음 펼쳐질 일을 기대하는 가운데 프라바토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회의적이었던 교수님께서 육체와 독립해 활동하는 영혼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어떤 마법적인 의지력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사후에 물질계로부터 어떤 감각적 인상들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와 같은 실험들은 일반인들에 의해 시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실험자에게 사대를 통제할 수 있는 완전한 힘이 없다면 영, 혼, 육체의 조화가 교란되고 피험자는 결국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될 것입니다. 이 경고를 잊지 마십시오!

 

“자, 그러면 이제 다른 실험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여러분 중에 세상을 떠난 지인(知人)이나 친척과 접촉하고 싶으신 분이 계십니까?”

 

프라바토의 이런 질문에 처음에는 용기 있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청중석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한 신사가 실험을 자원하자, 안도의 기색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단에 오르자 그는 자신의 이름은 뮬러이며 은행 지점장이라고 소개했다. 약간 흥분한 상태로 그는 죽은 누이를 보고 싶고 현재의 상태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했다.

 

프라바토는 지원자의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 의자에 앉도록 한 뒤 말했다.

 “선생님의 누이 이름과 사망일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누이의 이름은 엘리자베트 뮬러이고 1929년 5월 16일 한 지방 요양소에서 죽었습니다.”

 

프라바토는 청중들에게 혹시 그녀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뮬러가 앉아 있던 줄에서 한 노파가 재빨리 일어서더니 그녀의 어머니 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줄에서 두 남자가 일어서 고인의 친척이라고 말했고 또 한 여성이 일어나 그녀의 학교 친구라고 말했다.

 

“이제 충분합니다.” 프라바토가 말했다. “제가 이제 부를 고인을 확인해줄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프라바토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강단의 한 구석에 앉았다. 사람들은 기대에 찬 시선으로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몇 초가 지나자 프라바토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시간이 흐르자 혈색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의 얼굴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극적인 변화였다.

 

고인의 어머니가 외쳤다. “리제!”

 

프라바토가 우아하게 일어섰다. 그의 품위 있는 동작과 변화된 용모는 젊은 여성의 자태였다. 확실히, 그의 몸에 들어온 것은 죽은 여성의 영혼이었다. 이제 그녀의 형제와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뮬러는 누이의 행동거지와 용모를 알아보고는 온 몸을 떨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마침내 프라바토의 입을 통해 누이의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빌리, 난 오빠하고 다시는 말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요? 아빠가 죽은 건 저도 알아요. 아빠와는 종종 만나요.”

 

주문에 걸린 듯 뮬러가 프라바토를 응시했다. 사실 프라바토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그의 누이였다. ‘그녀’가 의자를 들더니 그의 곁에 가서 앉았다. 그들은 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연필과 종이를 요구했다. 거기에 그녀는 그녀의 약혼자였던 로베르트에게 전하는 메모를 남겼다.

 

그녀는 그걸 오빠한테 건네며 친척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인사를 한 뒤 그녀는 오빠와 악수를 하고는 다시 구석의 의자로 돌아갔다. 프라바토의 몸이 실험 시작 때처럼 다시 굳어졌다. 몇 초 후 경직이 풀리며 낯익은 프라바토의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이윽고 프라바토가 일어서 눈가에 물기가 고여 있는 뮬러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에든 메모지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그가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이건 분명 내 누이의 필체예요.”

“이제 죽은 누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확신하길 바랍니다. 지금도 의심하십니까?”

“아니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습니다.” 뮬러가 대답했다. “진심으로 당신께 감사 드립니다.”

 

프라바토의 놀라운 실험의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뮬러는 강단을 떠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프라바토는 강연 1부의 마감을 알리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더욱 흥미로운 2부를 약속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며 프라바토가 강단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신사숙녀 여러분” 그가 말문을 열었다. “앞서 시간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암시와 최면에 대한 몇 가지 실험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최면술의 시행은 현재 법으로 금지된 상태입니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다른 수단을 통해 여러분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이제 홀을 약 반시간 가량 떠나 있게 될 것입니다. 청중 여러분 중에서 두 사람만 증인으로 저와 동행해 식당으로 가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프로그램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청중 중에서 경찰과 한 신사가 프라바토와 동행할 것을 자원했다. 세 사람은 라운지로 갔다.

 

특별한 기대감이 홀 전체에 퍼졌다. 모든 눈들이 무대에 쏠렸다. 모든 사람들이 프라바토가 뭔가 흥미로운 것을 뒤에 남기고 떠났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다.

 

“신사숙녀 여러분, 비록 저는 홀 안에 없지만 내 영혼은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어떤 것도 우리의 작업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부디 저의 지시를 정확히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강단의 중앙을 보십시오. 마치 제가 거기 육체로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눈에 안 보이는 파장을 보내겠습니다. 그러면 완전한 고요와 조화가 일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고요함 속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윽고 노곤해져 올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중노동을 한 것처럼 피로감이 계속 밀려올 것입니다.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점점 더 노곤함 속으로 빠져 들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고 싶다는 욕망이 여러분의 생각을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눈꺼풀이 서서히 닫히며 이제 꿈 없는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어서 아무도 깨울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직 제가 명령했을 때만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잠에 떨어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큰 소리로 박수를 치거나 휘파람을 불거나 크게 비명을 질러 옆에서 잠자는 사람들을 깨우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깨울 수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 속에 떨어졌다. 홀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깨어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잠든 사람들을 깨우려고 별의별 짓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몇 분이 지나자 프라바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설령 대포를 쏜다해도 여러분은 잠든 사람들을 깨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깊은 트랜스 상태에 빠져 있고, 오직 저의 특별한 명령에만 반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잠든 사람들을 제 의지력의 통제 하에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직 제 말만을 들으며 제가 말 한 대로 정확히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셋을 세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상쾌함과 건강함을 느낄 것이고 일어난 일들을 기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 노곤함이 사라질 것이고 만족감과 행복감이 여러분의 전 존재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둘! 여러분은 더욱 건강하게 될 것입니다. 기분은 매우 좋아질 것이고 모든 불쾌한 것들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셋! 자, 모두 깨어나십시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사람들은 깨나자마자 놀란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홀 안은 웃음과 경탄의 소리로 왁자지껄해졌다.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잠 속에 빠져 든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자세한 연유를 따질 시간도 없이 확성기에서 다시 프라바토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여러분 중에 누구든 남자 열 분, 여자 열 분씩 강단 위에 마련 된 의자에 앉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남녀가 차례로 짝을 지어 앉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남, 여, 남, 여, 이런 식으로. 약간의 혼란 뒤 마침내 설명대로 정확한 착석이 끝났다. 그러자 프라바토의 다음 지시가 이어졌다.

 

“강단 위의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음악을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왈츠가 준비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서로 옆 사람과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거리낄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강단과 청중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서 아무도 여러분을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음악이 들려 오지 않았지만 어떤 짝들은 왈츠 리듬에 맞춰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 짝들은 좀더 우스꽝스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청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런 건 전혀 춤추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스톱!” 확성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춤이 끝났습니다. 강단 위의 신사숙녀분들은 다과를 드신 뒤 서로 작별하시기 바랍니다. 강단 끝에 사과, 복숭아, 배 등이 들어 있는 바구니가 있으니 가서 드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과일을 처음 베어 물고 삼키기 전에 즉시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기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누구든 여러분 중 한 사람만 저와 증인 두 분이 있는 식당으로 와 주시기기 바랍니다.”

 

강단 위의 최면에 걸린 사람들은 상상 속의 과일을 집어 들었다. 그들이 그것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들은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얼굴에 시큼한 표정이 나타나더니 다음 순간 불평의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젠장 이건 사과가 아니라 양파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윽! 이건 날감자잖아.” 이런 식의 놀라움은 계속되었다.

 

마지막 사람이 강단을 떠나자 한 관객이 프라바토와 증인들을 데리러 식당으로 갔다. 이윽고 프라바토가 모습을 보이자 환영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 위로 올라선 그가 웃으면서 청중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얼굴을 보니 충분히 즐기신 것 같군요. 비록 제가 홀에 있진 않았지만 이 시연을 즐겨주셔서 저 역시 기쁩니다.

 

저와 증인으로 함께 계셔 주신 두 분도 수고가 무척 많으셨습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프로그램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모레 열릴 저의 다음 강연에 초대하는 바입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커튼이 천천히 내려가자 프라바토가 의상실로 갔다. 그리고 그가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였다. 두 명의 신사가 인기척도 없이 들어왔다.

 

“당신이 프라바토요?”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프라바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람이 자기 신원을 밝혔다. ”형사입니다.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같이 가 주시죠.“

 

대기해 있던 차에 프라바토를 태운 그들은 경찰서로 연행한 뒤 그를 가두었다.

 

다음 날 신문에는 프라바토의 센세이셔널한 실험과 연행 사실이 상세히 보도되었다. 같은 날 아침 일찍 연행된 프라바토가 경찰서장에게 불려 갔다. 서장은 그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화를 내며 그를 힐책했다.

 

“당신은 새로운 법률을 위반했소. 최면 실험을 한 것 말이오. 목격자에 의하면 백 명도 넘는 사람이 최면에 걸렸다고 합디다. 당신은 이 사건으로 죄과를 치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거요. 법정에서도 쉽지 않을 거구.”

 

분노한 서장은 신경질적으로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도대체 체면이 말이 아니군!” 서장이 다시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하고 많은 장소 중에서 왜 하필 여기서 그걸 했소? 내 꼴이 뭐가 되냔 말이오?”

 

프라바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서장이 화풀이를 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마침내 화가 가라앉은 것을 본 뒤에야 비로소 프라바토가 말하기 시작했다.

 

“서장님께서는 분명히 잘못된 정보를 받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제 누구도 최면을 건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문제의 그 시간에 이곳의 경찰관 한 분과 식당에 있었습니다. 그 분이 이 사실을 증명해 줄 겁니다. 청중들은 30분 동안 저의 녹음된 목소리와 함께 보냈습니다. 이것은 진실입니다. 그러니 그 사건에 대해 제가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경찰은 얼마든지 녹음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그렇게 하는 걸 막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홀에 있지 않았으니 위법 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습니다.”

 

서장은 의심스러운 듯 프라바토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프라바토와 식당에 동행했던 경찰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가 프라바토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서장은 만족한 얼굴로 프라바토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당신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외교관이 됐을 거요. 수완과 통찰력이 대단하군요. 자,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화 낸 것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프라바토는 서장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그의 호텔로 돌아왔다. 구치소에서 매우 불편한 밤을 보냈기 때문에 그에겐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다음 날 신문에는 프라바토가 풀려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스케줄대로 그의 다음 시연이 열린다는 공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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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로베르트 제탈러
발행일 : 2017년 10월
출판사 :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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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문의 : trj45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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